덮어버린 감정이 꽤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두어님!
읽고 실행하는 두어들을 위한 책 리드앤두 READ N D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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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남의 기분을 살피느라 정작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건 뒷전으로 미뤘던 적 없나요? ‘그럴 수 있지’라며 덮어버린 감정들이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지는 않은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특별히 《 감정어 사전》을 우리말로 옮긴 김지윤 번역가님의 작업 후기를 들고 왔습니다. 여러 감정어가 등장하고, 그 안에 미묘한 정도와 뉘앙스가 담겨 있기 때문에 번역하기 까다로운 원고였을 것 같은데요. 완성된 번역 원고를 열어보았을 때 그 안에는 단어 하나하나의 온도를 세심하게 맞추려 노력한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스스로도 ‘내 감정보다 남의 감정을 먼저 살피는 데 익숙했다’고 소개한 번역가님은, 이 책을 작업하며 비로소 자신의 감정에 하나씩 이름을 붙여줄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원문에 담긴 감정의 결을 깊이 공감하고 고민하며 작업해주신 덕분에, 이 책을 펼친 누구나 한결 수월하게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저 ‘좋다’거나 ‘나쁘다’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던 두어님의 마음속 풍경들, 김지윤 번역가님이 정성껏 닦아놓은 단어를 따라 하나씩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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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번역가 김지윤입니다.
이 책의 샘플 번역을 맡았을 때, ‘이건 꼭 내가 번역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저는 제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먼저 살피는 데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번역은 단순한 작업이라기보다, 제 감정에 하나씩 이름을 붙여볼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MBTI로 치면 ISFJ인데요. 이 유형은 남의 감정은 잘 읽지만, 갈등을 피하려는 성향 때문에 정작 자기 감정은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렇게 덮어버린 감정이 꽤 많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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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을 읽으며 가장 오래 고민했던 것은 ‘이 감정을 한국어로 어떻게 불러야 할까?’였습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섬세해서 비슷해 보이는 단어 하나에도 온도 차이가 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정확하면서도 읽는 사람이 ‘이거 내 마음 같은데?’ 하고 느낄 수 있는 표현을 찾기 위해 여러 번 멈추고, 다시 고치고, 또 읽어보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번역가로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서운하다’라는 감정 하나만 해도 그 안에는 여러 결이 있었습니다. 조금 가벼운 섭섭함인지, 기대가 어긋난 데서 오는 실망인지, 아니면 관계에서 밀려났다는 느낌에 가까운 좌절감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이 되어야 했습니다.
원문에 담긴 감정의 온도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한국어로 읽었을 때 자연스럽게 와닿는 표현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떤 문장은 한참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한 단어를 바꾸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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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 보니 제 일상에서도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순간에 잠깐 멈추게 되더라고요.
‘지금 내가 서운한 건가?’ ‘아니면 조금 실망한 걸까?’ ‘혹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전에는 ‘그럴 수 있다’, ‘괜찮다’ 하며 덮어버렸을 감정들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나니, 마음이 눈에 띄게 가벼워지더라고요. 막연히 불편했던 마음이 구체적인 언어를 얻는 순간 조금 차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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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일정이 쌓이다 보면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과부하가 걸릴 때가 종종 있는데요.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런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다 받아들이려고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단순히 거절을 못 해서라기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감각, 그리고 그로 인한 뿌듯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거절도 해봐야겠다’라고 다짐했는데요. 그런데 지금 또 이렇게 역자 후기를 쓰고 있네요. 아마도 저는 쉽게 바뀌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적어도 이제는 ‘내가 왜 이렇게 선택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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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해준 건, 이 책이 감정을 다루는 방식 덕분이었을 겁니다. 이 책은 감정을 통제하라고 말하기보다, 조용히 질문을 건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그리고 그 감정을 더 또렷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차분하게 어휘를 건네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법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법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때로는 서운함을 화로 표현하고, 두려움을 무관심인 척 감추고, 상처를 괜찮은 척 덮어버리기도 하죠.
이 책은 감정을 크게 바꾸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감정을 조금 더 정확한 언어로 바라보라고 권합니다. 그 작은 차이가 관계를 바꾸고,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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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남의 감정을 먼저 읽는 데 익숙한 분이라면, 이번에는 잠시 방향을 바꿔 자기 마음을 먼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지?”
이 질문을 하루에 한 번만 던져보셔도, 이 책을 충분히 잘 활용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감정은 바꾸는 대상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대상인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번역가로서 이 책을 옮겼지만, 한 사람의 독자로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작업이었습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조금 더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사전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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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출판 번역가이자 번역으로 버티는 사람. 출산 당일 병원에서도, 조리원에서도 노트북을 놓지 못했다. ‘독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번역 없이는 못 살 것 같았으니 그야 말로 ‘번역은 나의 힘’이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문장 앞에 앉아 말 하나가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닿는지 들여다본다. 주로 마음과 몸,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책을 옮기며,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언어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완벽한 문장보다 오래 곁에 남는 문장을 만들고 싶다.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조금 느리더라도 나만의 속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카를 융, 인간의 이해》, 《칭찬이 불편한 사람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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