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앤두가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 이른바 '두어즈 DOERS' 시리즈예요. 이 이야기가 여러분의 여정에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 |
2011년 4월 상수동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재미공작소. 이곳을 만든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세미 님은 음악, 영화, 문학, 공연, 미술 등 좋아하는 게 정말 많은 취향 부자입니다.
보통 다양한 취향을 향유하다보면 깊이가 얕아지기 마련인데, 세미 님은 달랐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연결해 더 넓고 깊이 향유하기 시작했지요. 하나만 예를 들어볼까요? 세미 님은 책을 쓰는 작가, 책을 발행하는 출판사 활동은 물론, 지금 주목받는 소설가, 시인들을 재미공작소로 불러 모읍니다.
흥미로운 건 모든 분야에 이렇게 진심이라는 겁니다. 상수동, 문래동을 거쳐 지금의 양평동에 이르기까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문화예술공간, 재미공작소의 세미 님을 소개합니다. 세미 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취향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조금 더 확실하게 생각해 볼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다음은 각자의 언어로 내 취향을 정의해보기로 해요. |
Q. 2011년 문을 연 재미공작소에 벌써 15년이라는 시간이 쌓였어요. 재미공작소의 타임라인만큼, 세미 님의 인생 타임라인도 궁금해요. 재미공작소를 열기 전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공부를 좀 오래 했어요. (웃음) 공부만 10년 했거든요. 중앙대학교 영화학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 보자르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했어요.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하다가 영화학과 1년 후배인 이재림과 의기투합해 2011년에 재미공작소를 열었어요. |
Q. 잠시만요, 재미공작소를 열기 전에 ‘이런저런 것들’을 하셨다고요. (웃음)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이때 가장 몰두했던 작업은 지난 10년간 쌓인 여행 기록을 모아 책을 내는 거였어요. 대학 시절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 파리에서 유학하며 떠난 여행 등 그동안 여행을 참 많이 다녔거든요. 지금은 절판됐지만, 그 이야기를 담아 2012년에 『 여행탐구일기』라는 단행본을 출간했어요. |
Q. 이제 본격적으로 재미공작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재미공작소,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한국에 돌아와서 작업할 작업실이 필요한데, 그냥 작업실이 아니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여행을 다니면서도 그렇고, 특히 유학하는 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전시, 공연, 파티 등을 경험했다보니 이런 생각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실험적인 공간을 가능한 한 많이 만들고 싶은데, 재미공작소를 열 당시에는 이런 모델이 없었어요. 무얼 하고 싶다고 오래 설명해도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는 일이 어렵더라고요. 그때 이재림 대표를 만나게 됐는데,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렇게 덜컥 상수동에 공간을 만들었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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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5년이 됐잖아요. 올해 버전으로 세미 님과 재미공작소를 소개해 주세요. 재미공작소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문화예술공간이에요. 그리고 2013년부터는 재미공작소를 출판사로 등록해서 1년에 1권씩 책을 내고 있어요. 최근 3년간은 첫 책을 발표한 시인이나 소설가가 어디서 영감을 얻어서 첫 작품을 쓰게 됐는지를 밝히는 『 소스 리스트』를 펴내고 있어요. 저는 이런 재미공작소 공동대표이자, 기획자, 아티스트, 교육자로 활동하는 이세미입니다. |
Q. 미술, 영화, 책, 여행 등 짧게 이야기했는데도 벌써 세미 님의 관심사가 넓은 게 느껴져요. 넓은 관심사만큼,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은 역시 재미공작소 일이에요. 공동대표로서 이재림 대표와 함께 재미공작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기획과 진행, 총괄을 맡고 있어요. 그 외에도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고 틈틈이 현대미술 작업도 이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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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렇게 다양한 관심사가 지속해서 이어진다는 게 신기해요. 그리고 이제 그 관심사는 재미공작소에 녹아들고 있잖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문화생활을 다 좋아하고 동경했어요. (웃음) 책도 당연히 좋아했고요. 음악도 정말 좋아해서 홍대 공연도 정말 많이 보러 다녔어요. 새로운 공연, 전시, 여행도 좋아했고요. 제가 이렇게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재미공작소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축적된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공간이 생겼을 때 재밌는 일들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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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가 흔히 좋아하는 것들, 관심사를 취향이라고도 하잖아요. 모호한 말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취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취향을 말할 때, 저는 문화예술에 국한하지 않으려 해요. 삶의 모든 것에 각자의 취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취향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다만 정리되거나 정의되지 않았을 뿐이죠. 저는 사람들이 주로 ‘취미생활’에 넣는 키워드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너무 좋아하는 음악, 영화, 문학 이런 관심사를 빼고 취향에 관해 얘기해 보고 싶어요. |
Q. 비슷한 이야기일 것 같아요. ‘어떤 취향은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큰 의미가 된다’라고 말해주시기도 했죠. 요새는 취향을 ‘추구미’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어떨 때 괜찮은가’에 대해 잘 알게 해주는 확실한 방법의 하나가 ‘내 취향을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에서도 자기효능감,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근데 이런 이야기조차도 남이 만들어준 거예요. 사실 나는 남에게 인정받는 일이 중요할 수도, 아닐 수도 있거든요. 다양한 현대사회의 일 중에서도 스스로 보기에 내가 언제 괜찮은지, 내가 나를 해치지 않고 일을 하는 지점을 생각해 보려면, 취향을 조금 더 깊고 뾰족하게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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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내가 ‘괜찮은 나’로 존재하기 위해, 그보다 앞서 ‘내가 좋아하는 걸’ 알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덕후의 DNA가 흘러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는데요. (웃음) 다른 프로그램에서 덕질 이야기를 한 적 있어요. 취향을 찾는 좋은 접근법은 내가 어디에 에너지를 써도 피곤하지 않은지, 혹은 피곤하더라도 덜 피곤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딘지 생각해보는 거예요. 덕질을 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한다고?’라고 생각되는 지점들이 있거든요. 새로운 내 모습의 발견이죠. 내가 좋아하는 걸 조금 더 향유하기 위해서 내가 가진 에너지보다 조금이라도 더 쓰는 일이라면, 다 덕질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자신의 취향을 끝도 없이 발견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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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세미 님만의 ‘취향 발견 소스 리스트’도 있을지 궁금한데요. 다른 곳에서도 진행했던 프로그램이긴 한데, 실제로 제가 친구들과 노는 방법의 하나였던 게 있어요. 친구들과 보드게임하고 노는 자리였는데, 친구들이 모두 음악 애호가들이에요. 그래서 ‘장례식에서 틀 플레이리스트’를 가져오라고 했어요. 보드게임 하면서 음악을 선택한 이유를 나누고, 춤도 추고 놀았거든요. 음악으로 나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전한다면, 이 노래 빼고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였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조금 순화해서 ‘환갑 잔치에서 틀 플레이리스트’라고 소개하기도 했어요. 이런 리스트를 생각해 보면 내 취향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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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미 님 덕분에 취향을 찾는 일에 조금 더 다가간 것 같아요. 그렇게 발견한 취향을 일로 연결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깊게 고민하면 좋을까요? 우선 취향을 좋아하는 자아와 일하는 자아가 다르다는 걸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될 때 긍정적인 부분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또 그에 비해 무엇은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지를 냉철하게 생각해 보는 일이 필요해요.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고, 내가 원했던 만큼 긍정적인 부분이 느껴지지 않을 때 그런데도 일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해요. 좋아할 때는 실패나 어려움, 부정적인 걸 괜찮아할 수도 있지만, 일하는 자아는 그걸 못 받아들일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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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는데도 왜 일이 힘들지?’라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특히 좋은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맞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힘들다면, 그건 일하는 자아가 좋아하는 자아와 다르기 때문이에요.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행위로 만족감을 준다면, 일할 때는 수많은 순간에 부딪히는 실무라는 게 있잖아요.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지난한 실무 과정을 겪을 때도 그 과정조차도 만족감을 주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그런데도 만족감을 준다면, 그때 정말 덕업일치가 이루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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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하는 세미 님만의 동력은 무엇일까요?
옛날 다큐멘터리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성실함이에요. (웃음) 모든 일에 중요한 가치가 성실함이잖아요. 근데 이게 열심히 하는 노력과는 조금 결이 달라요. 자발적인 성실함에 가까워요. 좋아하는 일은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성실할 수밖에 없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살펴 보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꾸준함과 성실함이에요. 그리고 그 성실함의 시간이 쌓였을 때 만족감이 큰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거든요. |
Q. 어떤 부분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시는지 궁금해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두 대표가 대장이고, 우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우리가 생각할 때 재밌는 일을 하니까 즐거울 수밖에 없죠. 예전에 갔던 좋은 공연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거든요. 관객으로 갔던 그런 공연들을 이제는 매일매일 만들고 있는 거예요. 예전에는 남이 만들어주는 걸 봤다면 이제 내가 좋아하는 걸 매일 만들어서 향유하는 거잖아요.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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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미공작소를 만들고 가장 좋았던 기억, ‘이런 게 덕업일치의 맛이지!’라고 느껴졌던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재미공작소가 상수에 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오시는 관객분이 계시거든요. 그 관객이 계속 와주는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뿌듯해요. 그리고 재미공작소에 오시는 아티스트분들이 이곳을 ‘마음의 고향’, ‘사랑의 공간’이라 불러 주시거든요.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호응해 주면서 오랜 시간 신뢰를 보내주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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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국 세미 님은 좋아하는 일로 ‘마음의 고향’, ‘사랑의 공간’을 만드신 거네요. 앞으로 재미공작소에 붙었으면 하는 또 다른 수식어가 있을까요? 제 삶에서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특별한 순간들이 있잖아요. 지금도 생생하고 소중해요. 그 감각이 지금껏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재미공작소를 찾는 관객들도 저처럼 느끼길 바라요. 재미공작소에서 인생에서 정말 재밌는 경험, 각자를 형성하는 중요한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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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지던 취향 찾기. 세미 님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어떤 걸 할 때 피로감을 덜 느끼는지’, 나의 덕후 기질을 생각해 보며 취향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찾은 취향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떨 때 더 괜찮은 사람인지’를 알게 해주는 이정표가 될 거예요.
여러분들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들을 찾아보세요. 세미 님처럼 어떤 분야에 한정 짓지 말고, 나만의 덕후 기질을 잔뜩 찾아보자고요! 그다음에 내 언어로 정리해 보면 오늘의 취향 찾기 완성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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